향사는 서원에서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례를 말한다. 도산서원 ‘향사례(享祀禮)’는 퇴계선생의 유덕(遺德)을 기리고 추모하는 행사로, 전통적인 제례문화 원형이 50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의식이다. 특히 본 향례는 우리나라 민간차원의 최고 최대의 전통적인 제례행사로서 매년 봄과 가을에 서원 내 상덕사(尙德祠)에서 치러진다.
향사례가 봉행되는 상덕사(尙德祠·보물제 211호)는 퇴계 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퇴계를 주향(主享)하고 월천을 종향(從享)한다. ‘尙德’이란 덕을 높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향사일
춘기향례(春期享禮)는 음력 2월 중정일(中丁日)이고, 추기향례(秋期享禮)는 음력 8월 중정일이다. 국기일(國忌日)이나 유고가 있을 경우는 하정일(下丁日)로 물려 지낸다. 그러나 때에 따라 하정일이 없는 경우에는 해일(亥日) 또는 병일(丙日)로 옮겨서 올린다.
향사례(享祀禮)
향례 3일 전부터 제사를 지내는 유사들이 동.서재에 들어와 예를 갖추는 입재(入齋) 의식으로부터 시작해서 담당 역할을 나누어 제수를 준비하고 진설하여 제사를 지내며 음복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경건하고 정교한 의식을 집행한다. 향례 참가자들은 모두 예복을 입는데 헌관은 관복을 입고 사모를 쓰며 목화를 신고 손에는 홀을 드는 사모관대의 예를 갖춘다. 집사와 유사들은 반드시 재복이나 도포에 유건을 쓴다.
향사(享祀)준비
천망 : 서원에서 상하 유사(有司)를 선출하는 절차를 천망이라고 일컫는데, 천에 들어 그 후보가 되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령장을 망기(望記)라 한다.
입재(入齋) : 향사에 참여할 수 있는 헌관과 축관 및 유생들은 향사 사흘 전에 입재하여야 하며, 향사가 끝날 때까지 서원 밖으로 나가지 않고 경내에 머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정신을 가다듬는다.
알묘례(謁廟禮)
향사 전날 아침에 올리는 것으로써 입재(入齋)를 고하며 향사 올리러 왔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헌관 이하 모든 유생들이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에 배례(拜禮)한다.
척기의식(滌器儀式): 척기(滌器)는 유사가 제기고(祭器庫)에서 제기를 씻는 의식이다. 알묘례가 끝난 후 유사들이 전사청으로 나아가 제기(祭器)의 숫자를 맞추어보고 척기가 되었는지 살핀다.
분정례(分定禮)
향사 전날 오시(午時)에 열리는 집사분정(執事分定)은 전교당에 모여 이미 천거된 4명의 헌관과 축관 이외에 제사 진행시 부문별로 임무를 맡을 사람을 뽑아 할 일을 맡기는 의식이다. 분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축문(祝文) : 분정이 끝나면 축관(祝官)이 사당에 들어가서 축판(祝板)을 가지고 나온다. 축문은 주향(主享)과 종향(從享) 두 위(位)를 합쳐 하나로 쓴다.
제물생간(祭物牲看) : 제사에 쓸 기장, 쌀, 돼지 등 제물을 검사하는 의식으로 향사 전날 오후에 치러진다.
석미(淅米)와 습례(習禮) : 향사 전날 저녁에 치러지는 의식들로 석미는 제사에 사용할 쌀과 기장을 씻는 의식이다. 진도문 밖을 나온 쌀과 기장은 우물에 가서 물을 아홉 번 떠서 손을 넣지 않고 아홉 번을 일어 씻는다. 습례는 분정에 의하여 선정된 각 집사들의 임무와 역할에 대하여 연습을 함으로써, 실수 없이 향사를 치르기 위한 의식으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진설(陳設)
제물의 장만과 진설은 홀기에 적혀있는 물목대로 정갈하게 준비하고 진설도에 따라 진설한다.
향사례(享祀禮)
가장 중요한 본행사로 새날 축시(丑時)에 올린다. 자정이 지나면 헌관들은 전교당에서 집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의관을 정제하고, 집사들은 각 처소에서 도포에 유건을 갖춘다. 모든 향사는 찬자(贊者)의 창홀(唱笏)에 따라 진행되며 주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본 의식은 헌관들의 재배로 시작되고 초헌관은 신위에 향을 세 번 올린다.
초헌례 : 알자의 안내로 초헌관이 신위에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아헌례 : 찬인의 안내로 아헌관이 신위에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종헌례 : 찬인 2명의 안내로 종헌관과 분헌관이 참여하는 의식으로 종헌관은 신위에, 분헌관은 월천 선생 신위에 각각 술잔을 올린다.
음복수조 : 알자의 인도하에 초헌관이 대표하여 음복하는 의식이다.
철변두 : 제사가 끝나고 제기(祭器)로 사용한 그릇을 덮는 의식을 뜻한다. 변은 과실 따위를 담는 데 쓰고, 두(豆)는 고기붙이, 국 따위를 담는 그릇이다.
망예 : 축문을 땅에 묻는 의식이다. 미리 준비된 자리에 축문을 접어서 묻고 물을 조금 뿌린 후 기왓장으로 잘 덮는다. 망예를 마지막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면 전교당에서 파좌례 (罷座禮)를 고함으로써 향사례가 마무리된다.
음복개좌(飮福開座)
사례가 끝난 후 아침 일찍 헌관과 집사들이 전교당 대청에 앉아 개좌하고 음복상을 받는다. 이로서 3일간의 향사는 모두 끝이 나고 모든 유생들은 상하유사(上下有司)에게 절하고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