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박하지만 깊은 맛,
안동의 음식
안동은 경북 북부지역으로서 지형적으로 북쪽은 소백산맥, 동쪽은 태백산맥의 줄기가 가로 놓여 있고 낙동강과 그 지류가 관류하고 있으며 비교적 산악이 많고 평야가 적으며 건조한 지대이다. 토지는 척박하고, 수량도 풍부하지 못하며 기후는 한랭한 편으로 이처럼 농업조건이 좋지 못하다 보니 밭농사가 주로 발달되었다. 따라서 자연히 음식상이 소박하고 향토색이 짙다.
한편 역사적으로는 불교문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다 점차 유교문화로 변천하면서 조선시대에는 유교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타 지역에 비해 의례음식인 떡과 한과류, 부침류, 다양한 기법의 민속주가 발달하였다. 또한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보수성이 강하여 안동 지역 특성이 강한 향토음식이 전승되어 오고 있다.
안동 김치 = '짠지'
안동에서는 반찬이라고 하면 으레 고기반찬을 지칭하며, 식물성 반찬은 ‘해먹을 것’ 또는 ‘간’이라고 일컬었다. 바다와는 동쪽으로 태백산맥이 가로 놓여 있어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의 공급이 귀해 자반고기(간고등어, 간갈치 등)와 건어물, 젓갈류들을 반찬으로 많이 썼다. 대신 콩이 많이 나므로 산과 들에서 생산되는 채소들을 콩가루로 묻혀 조리하는 음식이 많다. 안동음식은 얼얼하도록 맵고 짜지만 검소 질박하며 칼칼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김치를 보더라도 다른 지방과 달리 안동에서는 물김치를 동치미 또는 백김치, 김치라 하고, 과동용(過冬用) 김치는 ‘짠지’라 지칭하여 구별하고 있다. 김치를 짠지라 하는 까닭은 배추를 오래 절여서 질기고 수분을 적게 하여 짜고 맵게 담근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을 차릴 때는 독상이 기본이 된다. 웃어른이나 손님에게는 반드시 독상을 차리고 손님이 많은 경우에는 부득이 겸상을 차려 올리되 양해를 구한다. 어른들은 사랑에 별도로 상을 차려 드리고 부녀자들은 안방에서 두레상에 여럿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다.
제사음식 '시루떡', 불천위 제사 '생고기' 사용
제사 때는 시루떡을 주로 쓰는데, 여름에는 ‘기지떡’이라는 증편을 많이 쓴다. 제사 때에는 조상신을 모신다는 뜻에서 시루떡의 고물을 가려서 쓴다. 콩이나 팥을 고물로 장만할 경우에는 껍질을 벗겨서 붉은 빛이 나지 않도록 한다. 불천위 제사에는 혈식군자(血食君子)라 하여 기제사와 달리 적(炙)으로 생고기를 올린다. 잔치음식으로는 감주와 메밀묵이 널리 쓰였으며 다른 고장과 달리 배추전을 제사 때나 잔치 때 쓰는 것도 안동의 특색이다.
이밖에도 안동은 각 집안이나 문중마다 고유하게 내려오는 내림음식과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규방의 여성을 통해 전승되는 내림음식(서애종가의 중개'음식디미방의 중박개')와 초만두, 후조당의 피편과 약과, 경당종택의 건진국수, 지촌종가의 집장과 수란, 정재종가의 송화주 등과 불천위제사 제수음식, 안동소주를 비롯한 가양주 등이 안동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키는 또 다른 특징이 되고 있다.
안동문화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긴 향토음식
안동 고유의 '안동식혜','안동국수', '헛제사밥'…
안동식혜는 안동을 중심으로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음식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다. 안동식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식혜와 만드는 방법도 맛도 확실히 다르다. 안동에서는 식혜를 ‘감주’나 ‘점주’라고 부른다. 식혜는 고두밥을 엿기름물로 6시간정도 당화해 쌀알이 떠오르면 팔팔 끓여 완성하는 반면, 안동식혜는 끓이지 않고 무와 고춧가루, 생강즙을 넣어 엿기름물로 발효시킨다. 안동식혜는 명절음식과 잔치음식에 반드시 내는 후식으로서, 끓이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유산균이 살아 있어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돕고 입안의 느끼한 기분을 가뿐하게 가셔주는 역할을 한다.
안동에서는 끓는 장국에 면을 넣고 끓이는 국수는 ‘제물국수(손국수)’, 국수를 삶은 후 찬물에 건져 사리로 만들어 미리 준비한 장국에 말아내는 국수를 ‘건진국수’라고 한다. 건진국수 반죽에는 밀가루와 함께 콩가루가 같이 들어간다. 일반 칼국수와 달리 국수반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 썬 후 뜨거운 물에 삶아 건져 미리 장만해 둔 장국에 말아서 애호박 꾸미와 실고추, 계란지단을 얹어낸다. 국물은 멸치, 소고기, 꿩 등으로 장국을 만든다. 건진국수 상차림에는 조밥과 상추쌈이 함께 곁들여져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완성하게 된다.
헛제사밥은 각 집안뿐만 아니라 서원의 제례행사가 많은 안동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제사음식이란 가장 좋은 재료에 정갈한 손맛 그리고 정성껏 만든 음식이므로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귀한 음식이다 그러므로 제사를 모시지 않고도 제사밥을 먹기 위하여 만든 제수음식을 헛제사밥이라 하며, 안동의 독특한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한국 반가음식 1번지, 안동의 고조리서
안동은 유교문화의 본산으로 유교문화는 음식문화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안동에는 한국 음식문화에 있어 빠질 수 없는 3대 식경이 전해오고 있는데, 한국의 조리서 「수운잡방」,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 반가 전통주 연구의 결정적 자료 「온주법」이 그것이다. 이들 조리서를 통해 당시 사대부가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생생히 엿볼 수 있다.
이들 조리서를 살펴보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대한 조리법이라기보다는 주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날 먹는 음식에 대한 조리법이 언급되어 있으며 술 담그는 법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크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당시 귀한 음식으로서 예를 갖추어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빈례(賓禮)를 중요시 여기는 조선시대 양반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는 술을 정성껏 빚어내는 일이 사대부가(家) 부엌살림의 주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